아이가 숙제를 하다 “이거 AI한테 물어봐도 돼?”라고 한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 무조건 못 쓰게 하기도, 마음껏 쓰라고 하기도 망설여진다. 그런데 같은 수학 문제를 놓고도 AI에 “답 알려줘”라고 묻는 아이와 “내가 어디서 헷갈렸는지 알려줘”라고 묻는 아이의 공부는 조금 다르다. 이제 중요한 것은 AI를 쓰느냐보다 어떻게 쓰고, 그 뒤에 무엇을 스스로 해보느냐다.

요즘 10대에게는 ‘AI를 배운 다음 사용한다’는 순서가 꼭 맞지 않는다. 궁금한 것이 생겨 먼저 AI를 켜고, 쓰다가 막히면 다시 묻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4년 중·고교생 5,778명을 조사했을 때 67.9%가 생성형 AI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처음 사용한 계기로는 ‘관심과 호기심’이 43.7%로 가장 많았다. 반면 활용법과 오류·편향 검증 등 AI 관련 교육 경험은 낮았다. 사용이 교육보다 앞서간 셈이다.

10대가 AI로 하는 일은 영화 속 미래처럼 거창하지만은 않다. 흥미로운 것을 물어보고, 일상에서 궁금한 정보를 찾고, 숙제를 하다 막힌 대목을 확인한다. 앞선 조사에서 학생들은 자료 찾기와 요약, 번역, 코딩에 AI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AI를 처음부터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질문 한 줄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청소년에게는 자연스럽다.

이 변화를 교육에 담으려는 곳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넥스트챌린지스쿨은 서울특별시교육청에 등록된 대안교육기관으로, 고등학교 단계의 통학형 과정을 운영한다. 학교가 공개한 교육과정은 학생이 문제를 찾고 팀을 꾸려 아이디어를 시제품과 발표로 발전시키는 프로젝트에 무게를 둔다.

학교 홈페이지에는 ‘뉴스를 피하는 사람에게 여러 언론사의 보도를 비교해 보여주자’는 학생들의 AI 뉴스 플랫폼 구상도 소개돼 있다. 뉴스에 관한 고민에서 출발해 AI를 해결 도구로 삼은 서비스 기획 사례다. 이런 창업 프로젝트가 모든 10대의 일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어른과 아이는 같은 AI를 켜도 다른 순간에 질문한다. 2024년 조사자료를 분석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25년 보고서에서 생성형 AI를 쓰는 10~19세는 학업을 주된 목적으로 꼽았고, 30~40대는 업무와 정보검색, 50대는 정보검색이 중심이었다. 직장인이 익숙한 일을 좀 더 빠르게 처리하려고 AI를 연다면, 학생은 처음 배우는 내용을 이해하려고 AI를 여는 경우가 많다. 어느 세대가 더 잘 쓴다는 뜻보다 AI를 만나는 생활의 자리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다만 AI의 친절한 설명이 아이의 실력이 되기까지는 한 걸음이 더 필요하다. 발표문을 멋지게 받아도 그 뜻을 설명하지 못하면, 과제는 끝났어도 공부는 끝나지 않은 셈이다. OECD의 2026년 디지털 교육 전망도 AI로 만든 결과물이 좋아졌다고 해서 배움까지 깊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짚는다. 대신 AI가 답을 내놓기보다 힌트를 주고 질문을 던질 때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부모가 모든 AI 기능을 먼저 배울 필요는 없다. 아이와 함께 한 번만 확인해 봐도 된다. “AI가 고친 문장 중 어떤 게 더 마음에 들어? 왜?” “이 설명을 네 말로 다시 해줄래?” “AI가 알려준 출처를 같이 찾아볼까?” 아이를 시험하려는 질문이 아니다. AI가 해준 일과 아이가 이해한 일을 서로 구분해 보는 대화다. 학교 과제라면 교사가 어디까지 AI 사용을 허용하는지도 먼저 확인하면 된다.

그럼 10년 뒤, 이 아이들이 일할 때는 무엇이 달라질까. 2036년의 직업 목록을 지금 정확히 맞힐 수는 없다. 다만 자료를 찾고 글을 쓰고 간단한 시제품을 만드는 일은 지금보다 쉬워질 가능성이 크다. 그럴수록 “무엇을 만들까”를 정하고, AI가 틀린 곳을 찾아내며, 함께 일하는 사람과 결과에 책임지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도 AI의 영향으로 많은 직업이 사라진다기보다 일하는 방식이 바뀔 것으로 본다.

대학이 없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그러나 AI가 설명을 잘한다고 해서 실험하고 토론하고 전문가에게 배우는 시간까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한국에서 고등교육 이수자의 평균 임금이 고졸자보다 31% 높다는 OECD 통계도 있다. 이 차이가 대학 교육만의 효과라는 뜻은 아니다. 앞으로 달라져야 할 것은 대학에 갈지 말지의 한 가지 답보다, 학교와 대학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평가할지다. 매끈한 과제만 보는 대신 학생이 왜 그런 답을 골랐는지, 틀린 답을 어떻게 고쳤는지도 살펴야 한다.

오늘 아이에게 “AI 써봤어?”라고 묻는다면, 한마디만 더 보태보자. “그래서 새로 알게 된 건 뭐야?” 아이가 받은 답을 자기 말로 들려줄 수 있다면, AI는 생각을 대신하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넓히는 도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