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을 읽고 필요한 내용을 문서에 정리하거나, 여러 사이트에서 자료를 모아 표를 만드는 일은 대부분 브라우저에서 이뤄진다. 인공지능이 답변을 만들어줘도 마지막 검색과 클릭, 복사와 입력은 여전히 사람이 맡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 개발자들이 주축이 된 스타트업 어사이드(Aside)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 AI 브라우저를 내놓았다.

어사이드는 사용자가 로그인한 웹사이트에서 AI가 검색하고 버튼을 누르며 내용을 입력하도록 설계된 브라우저다. 페이지를 요약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이메일, 업무 대시보드, 사내 도구, 문서와 스프레드시트 등을 오가며 여러 단계의 일을 이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10년 넘게 함께한 한국인 창업자들

어사이드의 공동창업진은 김효준 대표, 이찬희 최고제품책임자(CPO), 이상훈 최고기술책임자(CTO)다.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기업 소개에는 이들이 각각 CEO, CPO, CTO로 기재돼 있다. 어사이드는 YC의 2025년 가을 배치에 선정됐다.

세 사람의 인연은 창업보다 훨씬 앞서 시작됐다. 김효준 대표는 올해 3월 미주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공동창업자들이 고등학교 시절 처음 만났으며, 대학 시절에도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졸업 후 같은 회사에서 일했다고 설명했다. 세 사람 모두 어린 시절부터 코딩과 제품 개발에 관심을 가졌고, 10년 넘게 함께 일하며 서로의 기술과 제품 철학을 익혀 왔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브라우저를 만들었던 것은 아니다. 팀은 회의를 기록하는 AI 노트 도구를 개발했고, 이후 기업의 기술 영업 담당자가 통화 중 질문에 답하도록 돕는 실시간 세일즈 지원 제품으로 방향을 바꿨다. 미국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머물며 이용자 인터뷰와 영업을 반복했고, 여섯 차례 탈락한 뒤 일곱 번째 지원에서 YC에 합류했다.

그러나 YC 합류가 곧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지난 8월 공개된 EO의 이찬희 CPO 인터뷰에 따르면 당시 제품은 뚜렷한 성장을 만들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사업 자체에는 선뜻 공감하지 못하면서도 팀의 제품 완성도와 기술력은 높게 평가했다. 팀은 배치가 끝난 뒤 방향을 잃었고, 더는 코드를 쓰고 싶지 않을 만큼 지친 시기도 겪었다고 회고했다.

“모든 것이 브라우저에 있다”

새 방향의 실마리는 기존 제품이 부딪힌 한계에서 나왔다. 기업마다 자료를 보관하는 곳이 달랐다. 어떤 회사는 노션을, 다른 회사는 깃허브나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했다. 새로운 고객을 만날 때마다 서비스별 연결 기능을 따로 만들어야 했지만 작은 팀이 모든 연동을 빠르게 제공하기는 어려웠다.

이때 팀이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필요한 정보와 도구가 이미 브라우저에 모여 있다면, 브라우저 자체를 연동 수단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별도 연결 기능을 기다리는 대신 AI가 사람이 사용하는 웹 화면에서 직접 일을 하게 하자는 발상이었다.

팀은 2026년 1월 기존 제품을 접고 AI 브라우저 개발에 집중했다. EO 인터뷰에 따르면 AI와 작업 제어, 메모리, 비밀번호 관리, 크로미움 기반 브라우저, 디자인을 나눠 개발했고 약 5개월 동안 제품을 여러 차례 다시 만들었다. 서울의 공유오피스 회의실 예약 페이지에서 AI가 멈추자 화면을 읽는 방식을 고쳐 예약이 될 때까지 다시 시험했다. 직접 사용하고, 실패를 확인하고, 곧바로 브라우저를 수정하는 과정이 개발 방식이 됐다.

어사이드는 6월 23일 공개됐다. EO는 출시 게시물이 X에서 약 160만 회 조회됐으며 2주 만에 이용자 2만 명을 넘겼다고 보도했다. 이는 회사와 인터뷰에 인용된 수치로, 독립적인 시장점유율 조사를 뜻하지는 않는다.

답하는 AI에서 움직이는 AI로

어사이드의 특징은 AI가 사용자의 로그인 상태와 웹 환경 안에서 움직인다는 점이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브라우징 이력을 기기 내 작업 기억으로 활용하고, 내장 비밀번호 관리 기능은 비밀번호 문자열을 AI에 보여주지 않은 채 자동 입력을 지원한다. 결제와 게시, 메시지 발송처럼 민감한 행동은 사용자 승인을 기다리도록 설계됐다.

이 방식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 AI 활용의 진입 장벽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별도의 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들기 어려운 강사나 소상공인도 공개 자료 수집, 교육 일정 정리, 문의 분류, 반복 입력 같은 일을 자연어로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사이트를 오가며 복사하고 붙이는 시간을 줄이고, 사람은 작업의 목적과 기준을 정한 뒤 결과를 확인하는 역할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크롬·코멧도 브라우저 안에서 움직인다

AI가 웹페이지를 읽는 수준을 넘어 직접 움직이는 흐름은 어사이드만의 시도는 아니다. 구글은 크롬에 Gemini 사이드패널을 넣어 현재 페이지와 여러 탭을 요약하고, Gmail·캘린더·드라이브 등 구글 서비스의 정보로 문서와 이메일 초안을 만들도록 지원한다. `auto browse`는 버튼 클릭과 양식 입력, 사이트 이동을 포함한 여러 단계의 작업을 수행한다. 다만 일반 이용자의 데스크톱 기능은 미국의 영어 환경과 Google AI Pro·Ultra 가입자를 중심으로 순차 제공되고 있어 계정과 지역에 따라 이용 범위가 다르다.

퍼플렉시티의 코멧(Comet)은 퍼플렉시티 검색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삼은 크로미움 기반 AI 브라우저다. 열린 페이지를 요약하거나 여러 탭의 정보를 연결해 질문에 답하고, 자연어로 탭을 관리하며 지원되는 웹 작업을 수행한다. Gmail 연결을 통한 이메일·일정 검색도 제공한다. 검색과 출처 확인에서 출발한 퍼플렉시티의 강점을 브라우저 전체로 넓힌 제품에 가깝다.

세 제품은 모두 브라우저를 AI의 실행 공간으로 바꾸려 하지만 출발점은 다르다. 크롬은 기존 이용자 기반과 구글 서비스 연동이 강점이고, 코멧은 검색과 리서치 경험을 전면에 둔다. 어사이드는 작은 한국인 창업팀이 브라우저 자체를 새로 만들며 로그인된 웹 업무, 기기 내 작업 기억과 반복 루틴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데 초점을 맞췄다. 어느 제품이 실제 업무에 더 맞는지는 사용하는 사이트와 계정, 필요한 승인 절차를 기준으로 직접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

어사이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첫 번째 활용법은 여러 사이트에 흩어진 정보를 한 번에 정리하는 일이다. 교육 담당자라면 “이번 달 공개된 AI 교육 공고 5건을 찾아 대상, 신청 기간, 비용과 원문 주소를 표로 정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어사이드는 검색 결과와 공고 페이지를 오가며 정보를 모으도록 설계됐다. 연구자는 자료의 출처를 모으고 주장과 근거를 대조하거나, 가격 페이지와 PDF에서 필요한 항목을 추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이메일과 운영 업무다. 받은 문의를 주제별로 나누고 답변 초안을 만들거나, 여러 업무 대시보드에서 필요한 수치를 찾아 보고서 재료를 모으는 방식이다. 채용 담당자는 지원자에게 보낼 안내문 초안을 준비하고, 소상공인은 반복되는 고객 문의를 분류할 수 있다. 회사는 운영·채용·영업 분야의 보고서 작성, 청구서 내려받기, 고객 정보 확인 등을 활용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세 번째는 반복 업무를 정기 작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매주 같은 사이트를 확인해 변경된 내용을 정리하거나, 정해진 시간에 자료를 모아 브리핑 초안을 만드는 식이다. 무료 요금제에서도 최대 3개의 루틴을 지원한다고 회사는 안내한다. 다만 사이트 이용약관이 자동 수집을 허용하는지, 업무 계정의 정보를 AI 도구에 입력해도 되는지는 먼저 확인해야 한다.

처음 사용할 때는 보내기·게시·결제보다 읽기와 초안 작성부터 맡기는 편이 안전하다. 예를 들어 “최근 문의를 세 종류로 분류하고 답변 초안만 작성하되 발송하지 말 것”, “비용을 비교해 표로 만들되 구매하지 말 것”처럼 작업 범위와 멈출 지점을 함께 적는 방식이다. 완료 뒤에는 원문 링크와 사용한 자료를 제시하게 하고 사람이 결과를 대조해야 한다.

다만 기대와 실제 성능은 구분해야 한다. 사이트 구조와 선택한 AI 모델, 권한 설정에 따라 작업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공식 홈페이지의 벤치마크 수치는 회사가 공개한 결과다. 개인정보처리방침에는 호스팅된 AI 모델을 사용할 경우 선택된 브라우저 화면과 파일 등 작업에 필요한 문맥이 모델 제공사에 전달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기기 내 저장을 강조하는 설명만 보고 모든 정보가 외부로 나가지 않는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지원 범위도 확대되는 과정에 있다. 어사이드는 9월 7일 공식 계정을 통해 Windows 비공개 베타 배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정식 공개 일정은 발표하지 않았다.

어사이드의 등장은 AI 경쟁의 무대가 대화창에서 브라우저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인 창업자들이 오랜 협업과 여러 번의 제품 전환 끝에 세계 이용자를 겨냥한 브라우저를 직접 만들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 도전의 가치는 화려한 자동화 장면보다, AI가 실제 업무를 맡으려면 어떤 도구와 권한, 확인 절차가 필요한지를 제품으로 풀어내려 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