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생일을 맞아 사진 몇 장을 AI에 넣는다. 어린 시절 모습이 춤을 추고, 친구들이 영화 주인공처럼 등장하는 짧은 영상이 완성된다. 평소 좋아하던 대중가요를 배경음악으로 넣어 단톡방에 보내면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만드는 사람은 돈을 벌 목적도 없고 친구들을 웃게 하려는 마음뿐이다. 그렇다면 괜찮을까. 답을 찾으려면 영상 하나를 두 부분으로 나눠 봐야 한다. 친구 얼굴을 사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노래를 영상에 넣어 공유할 수 있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다.

첫 번째 허락은 친구의 얼굴이다

친구가 사진을 보내줬다고 해서 모든 사용을 허락한 것은 아니다. 여행 사진을 함께 보려고 보낸 것과 그 얼굴을 AI로 움직이게 만들거나 다른 장면에 합성하는 것은 목적이 다르다.

법원은 얼굴처럼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을 함부로 촬영하거나 작성·공표하지 않을 권리를 초상권으로 인정해 왔다. 촬영에 동의했더라도 약속한 범위를 벗어나 다른 목적으로 공개했다면 초상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있다.

이 원칙을 AI 합성에 적용하면 확인할 내용은 간단하다. ‘이 사진으로 AI 영상을 만들어도 되는지’, ‘어떤 모습으로 만들 것인지’, ‘누구에게 보여줄 것인지’를 먼저 묻는 것이다. 사진 사용에 대한 동의와 AI 합성에 대한 동의, 공유에 대한 동의를 한꺼번에 넘겨짚어서는 안 된다.

영상 속 친구가 불편하다고 말하면 더 보내지 말고, 이미 전송한 사람들에게도 재공유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다. AI로 만든 영상이라는 표시를 붙이면 오해를 줄일 수 있지만, 그 표시가 친구의 동의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두 번째 허락은 배경음악이다

노래를 돈을 내고 내려받았다는 사실도 영상 사용을 모두 허락받았다는 뜻은 아니다. 일반적인 음원 구매나 구독은 개인이 음악을 듣기 위한 이용과 연결된다. 그 음원을 영상에 고정하고 완성된 파일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것은 새로운 복제와 공유가 된다.

대중가요에는 여러 권리가 겹쳐 있다. 작사·작곡자가 가진 음악저작물의 권리가 있고, 실제로 노래하고 연주한 사람과 음반을 만든 제작자의 저작인접권도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도 다른 사람이 제작한 음원을 영상에 사용할 때에는 실연자와 음반제작자 등의 허락이 별도로 필요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따라서 ‘음원을 샀으니 내 파일이다’와 ‘그 음악을 넣은 영상을 만들어 나눠도 된다’는 같은 말이 아니다. 음원 파일을 소유하거나 이용할 수 있다는 것과 음악 저작권을 가진다는 것도 다르다.

나만 보는 영상과 단톡방 영상은 다르다

저작권법 제30조는 공표된 저작물을 돈벌이 목적 없이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에서 이용할 경우 복제를 허용한다. 나 혼자 보려고 휴대전화에 영상을 만들어 저장하는 경우라면 사적 이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가까운 친구 한두 명에게 비공개로 보내는 경우는 판단이 조금 더 복잡하다. 가족처럼 긴밀한 관계인지,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외부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지, 다시 퍼질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따라 ‘가정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인지가 달라질 수 있다. 친한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공유가 자동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참여자가 많은 단톡방이나 동호회·학교·회사 채팅방으로 범위가 넓어지면 사적 이용이라고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 오픈채팅, SNS, 블로그, 유튜브처럼 불특정인이나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간에 올리면 음악의 전송권과 얼굴 공개 문제가 더 분명하게 발생한다. 무료 공개라는 이유만으로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몇 초만 쓰면 괜찮다’는 기준은 없다

“노래를 5초나 10초만 쓰면 괜찮다”는 말도 자주 들린다. 그러나 저작권법에는 대중가요를 몇 초 이하로 사용하면 자동으로 허용된다는 기준이 없다. 사용 시간이 짧다는 사실은 판단 요소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언제나 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다.

영상 플랫폼이 제공하는 음악 기능도 이용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특정 플랫폼 안에서 영상을 만들고 게시하도록 허락된 음악이더라도, 영상을 파일로 내려받아 다른 메신저나 서비스에 올리는 것까지 허용한다는 뜻은 아닐 수 있다. 서비스마다 음악 계약과 이용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쉬운 대안은 영상 제작과 공유가 허용된 음원을 고르는 것이다. 공유저작물이나 저작권이 만료된 음악, 사용 범위가 분명한 음원 라이브러리, 직접 만든 음악을 이용할 수 있다. ‘무료 음원’이라고 적혀 있어도 출처 표시, 비영리 이용, 수정 금지 같은 조건이 붙을 수 있으므로 이용허락 문구를 확인해야 한다.

안전하게 만들려면 네 가지만 확인하자

첫째, 영상에 나오는 사람에게 AI 합성의 내용과 공유 대상을 미리 알리고 동의를 받는다. 둘째, 성적이거나 모욕적이고 범죄·불륜처럼 사실로 오해될 장면은 만들지 않는다. 셋째, 음악은 영상 사용과 원하는 공유 방식이 허용된 음원을 쓴다. 넷째, 합의한 사람 밖으로 재공유하지 않는다.

특히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모습으로 얼굴·신체·음성을 합성하는 것은 ‘장난’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성폭력처벌법은 이런 허위영상물의 제작 자체와 제공·유포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한다. 비공개 단톡방도 안전지대라고 볼 수 없다.

친구끼리 만든 짧은 AI 영상이 언제나 불법이라는 뜻은 아니다. 핵심은 장난이었는지가 아니라 허락받은 범위 안에서 만들고 공유했는지다. 얼굴은 당사자에게 묻고, 음악은 이용조건을 확인한다. 이 두 단계를 지키면 재미있는 AI 놀이가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로 바뀌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구체적인 분쟁은 관계와 인원, 영상 내용, 공유 방식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문제가 생겼다면 한국저작권위원회 상담이나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