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을 접었다.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iPhone Duo)’의 국내 가격은 256GB 기준 329만원부터다. 10월 16일 오후 9시 사전 주문을 시작하고 10월 23일 정식 출시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화면이다. 닫으면 13.6cm 외부 화면을 쓰고, 펼치면 19.3cm 내부 화면이 나타난다. 애플은 이 넓어진 공간에서 두 앱을 나란히 띄우는 ‘스플릿 뷰’를 아이폰에 처음 적용했다. 연내에는 USB-C 방식 애플 펜슬도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애플이 이번 발표에서 내세운 변화는 화면 크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회사는 아이폰 듀오를 사용자의 메시지와 이메일, 사진, 화면 내용을 이해하고 일을 대신 처리하는 ‘개인 AI 허브’로 설명했다. 폴더블 화면이 Siri AI와 여러 앱을 동시에 사용하는 작업 공간이 된다는 구상이다.

폴더블 경쟁에는 늦게 도착했다

애플은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 늦게 들어왔다. 삼성전자는 올해 8세대 제품인 갤럭시 Z 폴드8과 폴드8 울트라를 내놨다. 중국에서는 화웨이를 비롯한 제조사들이 다양한 형태의 폴더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늦게 출발한 만큼 아이폰 듀오는 ‘접힌다’는 사실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렵다. 애플은 닫았을 때 여권과 비슷한 크기로 한 손 사용성을 살리고, 펼쳤을 때 아이패드에 가까운 작업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두 화면은 같은 화면 비율을 사용해 기기를 열고 닫을 때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내부 화면에는 눈부심과 주름의 가시성을 줄이기 위한 나노 텍스처 마감이 적용됐다. 측면 버튼에는 페이스 ID 대신 터치 ID가 들어갔다.

기기에는 A20 Pro 칩과 맞춤형 베이퍼 챔버, 양쪽에 나뉜 듀얼 배터리가 탑재됐다. 48MP 메인 카메라와 48MP 울트라 와이드 카메라도 갖췄다. 다만 화면 주름과 힌지 내구성, 발열, 실제 배터리 시간은 장기간 사용한 독립적인 평가가 나온 뒤 판단해야 한다.

화면이 넓어지자 Siri의 자리가 생겼다

아이폰 듀오의 AI 전략은 큰 화면과 맞물린다. 한쪽 화면에서 문서나 웹페이지를 보면서 다른 쪽에서 Siri AI와 대화할 수 있다. 두 개의 앱뿐 아니라 사파리 창 두 개를 함께 열어 상품이나 정보를 비교하는 것도 가능하다.

Siri AI는 화면에 표시된 내용과 관련된 질문에 답하고, 메시지·메일·사진에서 개인 맥락을 찾아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친구가 보낸 식당을 찾거나 이메일에서 예약번호를 확인하고, 화면에 나온 일정을 캘린더에 등록하는 식이다.

카메라에도 Siri 모드가 들어간다. 사용자가 보고 있는 대상을 카메라로 보여주고 정보를 묻거나 관련 행동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폴더블 구조를 활용해 외부 화면으로 촬영 장면을 미리 보여주거나, 기기를 세워 삼각대 없이 촬영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이 기능들은 애플이 공개한 시연과 설명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실제로 다양한 한국 앱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작동하는지, 여러 단계의 요청을 안정적으로 끝내는지는 출시 후 확인이 필요하다.

애플은 AI 경쟁의 기준을 ‘개인정보’로 옮겼다

애플은 생성형 AI 모델의 크기보다 개인정보 보호를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가능한 요청은 A20 Pro를 이용해 기기 안에서 처리하고, 더 큰 연산이 필요할 때는 ‘비공개 클라우드 컴퓨팅’을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애플은 클라우드에서 처리하는 개인 데이터도 저장하지 않으며 회사나 제3자가 접근할 수 없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 약속은 애플의 주장으로, 향후 외부 보안 연구와 실제 운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검증될 부분이다.

애플은 Google과 NVIDIA의 기술·인프라를 활용해 비공개 클라우드 컴퓨팅을 확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Siri AI 전체를 구글의 Gemini 서비스로 단순하게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애플은 기기와 비공개 클라우드에서 Apple Foundation Model을 작동시키고, 외부 데이터센터에서도 자사의 개인정보 보호 구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에서는 AI보다 329만원이 먼저 보인다

아이폰 듀오는 애플이 지금까지 내놓은 아이폰 가운데 가장 비싸다. 같은 256GB 기준 갤럭시 Z 폴드8의 출고가는 227만8,100원, 폴드8 울트라는 257만7,300원이다. 아이폰 듀오가 각각 약 101만원, 약 71만원 비싸다.

이는 출고가만 비교한 수치다. 실제 구매 비용은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보상판매, 사전 구매 혜택, 저장 용량에 따라 달라진다. 가격 차이만으로 어느 제품이 더 낫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329만원은 아이폰 듀오가 대중형 제품보다 최고가 실험기기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

핵심 AI 기능을 바로 한국어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Apple Intelligence는 9월 14일 미국시간 기준 iOS 27과 함께 제공되지만, Siri AI는 영어 베타가 먼저 시작된다. 한국어 지원은 10월로 예고돼 있다. 아이폰 듀오 출시 시점에 한국어 베타의 구체적인 제공일과 기능 범위가 어떻게 정해질지는 다시 확인해야 한다.

폴더블을 대중화할까, 초고가 시장을 넓힐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폴더블은 아직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약 2%에 그친다. 가격이 일반 바형 스마트폰보다 크게 높고, 내구성과 무게, 앱 최적화에 대한 소비자 우려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카운터포인트는 애플이 2026년 최대 600만 대의 폴더블 아이폰을 출하해 세계 폴더블 시장의 25%를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급이 안정되고 한 해 전체 판매가 반영되는 2027년에는 점유율이 40%에 이를 수 있다는 예상도 내놨다. 이는 출시 전후의 시장 전망이지 실제 판매 실적은 아니다.

애플의 진입이 폴더블 시장 전체를 키울 가능성은 있다. 스마트워치와 무선 이어폰에서도 애플은 기존 시장에 늦게 들어왔지만 자사 생태계와 결합해 대중의 사용 방식을 바꿨다. 반대로 스마트폰은 이미 성숙했고, 329만원이라는 가격은 당시 제품들보다 훨씬 높은 진입 장벽이다.

기술자 CEO의 첫 공개 시험대

이번 발표는 9월 1일 취임한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의 첫 대형 제품 행사이기도 했다. 하드웨어 엔지니어 출신인 터너스는 아이폰 듀오를 원조 아이폰 이후 가장 큰 변화라고 소개했다. 팀 쿡이 키운 거대한 아이폰 사업을 새로운 형태와 AI 경험으로 연결하겠다는 첫 메시지였다.

아이폰 듀오의 뉴스 가치는 애플도 화면을 접었다는 데 있다. 하지만 제품의 성패는 접힌 화면에서 Siri AI와 앱이 얼마나 유용하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사용자가 그 경험에 329만원을 지불할지를 통해 결정될 것이다.

초기 품절이나 예약 주문량만으로 성공을 판단하기도 어렵다. 한국어 Siri AI의 정확도, 국내 앱과의 연동, 화면과 힌지의 내구성, 실제 배터리와 발열을 확인해야 한다. 아이폰 듀오는 애플의 첫 폴더블인 동시에, 기술자 CEO가 AI 시대의 아이폰을 어떻게 바꿀지 보여주는 첫 검증대다.

아이폰 18 Pro는 무엇이 달라졌나

애플은 아이폰 18 Pro와 Pro Max도 함께 공개했다. A20 Pro와 차세대 베이퍼 챔버를 적용했고, 48MP 메인 카메라에는 빛과 심도를 조절할 수 있는 가변 조리개가 처음 들어갔다. 국내 가격은 Pro 199만원, Pro Max 219만원부터이며 9월 18일 출시된다. AI가 만들거나 편집한 이미지를 식별하는 SynthID 지원과 촬영 원본의 진위를 확인하는 ‘Apple 레퍼런스 이미지’ 기능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