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학교에 들어오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교육기관의 질문도 달라지고 있다. ‘사용을 허용할 것인가’에서 ‘누가 어떤 계정으로, 어떤 자료를 넣고,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로 논의가 옮겨가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에서 나온 세 가지 움직임은 이 변화를 서로 다른 층위에서 보여준다. 오픈AI는 교사용 챗GPT 제공 학교를 확대했고, 플로리다주는 공립대학에 AI 정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하는 규칙안을 내놨다. 매사추세츠공대(MIT)는 AI 시대에 맞춰 교육목표와 평가를 다시 설계하라는 최종 보고서를 공개했다.
세 발표는 공동 정책이 아니며 서로 직접 연결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도구 보급, 기관 규정, 수업과 평가라는 세 영역을 함께 보면 학교가 준비해야 할 일이 보다 분명해진다.

교사 계정 확대, 개인정보 약정도 함께
오픈AI는 8월 26일 미국 20개 주의 55개 교육 시스템에 교사용 챗GPT를 추가 제공한다고 밝혔다. 회사 집계로는 미국 30개 주 100여 개 초중등 교육기관, 교직원 30만 명 이상이 관리형 업무공간을 이용하게 된다.
이번 확대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계정 수보다 관리 방식이다. 오픈AI는 16개 주에서 학생데이터개인정보컨소시엄의 국가 데이터 개인정보 약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기관이 교직원 계정을 통합 관리하고 업무공간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모델 학습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사용 도구가 곧 학생용 서비스라는 뜻은 아니다. 교사가 수업자료를 만들거나 행정 업무를 보조받는 계정과 학생이 직접 사용하는 계정은 권한, 보호자 동의, 기록 보관 기준이 달라야 한다. 학교는 ‘교육용이니 안전하다’고 뭉뚱그리지 말고 입력 가능한 정보와 금지 자료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학생 이름과 성적, 상담 기록, 장애·건강 정보처럼 민감한 자료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가명 처리와 최소 입력 원칙을 적용하고, 계약 종료 뒤 자료 삭제와 사고 통지 절차도 확인해야 한다.
플로리다 공립대학, 기관별 정책 마련 요구
플로리다 교육당국은 8월 25일 ‘플로리다 칼리지 시스템 기관의 인공지능 정책’ 규칙안을 공고했다. 제안된 규칙은 각 대학 이사회가 학생과 직원, 방문자를 대상으로 AI 사용정책을 채택하도록 요구한다.
현재 이 안은 확정된 규칙이 아니다. 공식 규칙 조회 페이지에는 아직 채택되지 않은 상태로 표시돼 있으며 의견 제출 기간은 9월 15일까지다. 따라서 세부 금지사항이 이미 모든 대학에 적용된 것처럼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의미는 중앙에서 하나의 사용법을 일괄 지정하기보다 각 기관이 책임지고 기준을 문서화하도록 한다는 데 있다. 대학은 과제에서 허용되는 AI 도움의 범위, 사용 사실을 표시하는 방법, 연구자료와 개인정보 처리, 위반 판단과 이의제기 절차를 구체화해야 한다.
규칙이 없으면 같은 대학 안에서도 교수마다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한 수업에서 허용한 문장 교정을 다른 수업에서는 부정행위로 판단하면 학생은 무엇을 따라야 할지 알기 어렵다. 기관 공통 원칙과 과목별 세부 기준을 나눠 안내하는 방식이 필요한 이유다.
MIT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확인할지 다시 묻자”
MIT의 AI·교육 특별위원회는 8월 25일 최종 보고서를 내고 교육과정을 ‘AI를 인식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핵심은 AI 도구를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학습했음을 어떤 평가로 확인할지 다시 정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평가와 정책의 변화, 실습 중심 학습, 교수자 간 경험 공유를 제안하면서 사람과 공동체, 주거형 대학 경험의 가치를 중심에 두라고 강조했다. AI가 결과물 일부를 만들 수 있을수록 학생의 독립적 사고와 협업, 현장에서의 판단을 관찰하는 평가가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완성된 보고서만 제출받는 대신 자료 선택 이유를 구두로 설명하게 하거나, 수업 중 초안을 만들고 수정 과정을 기록하게 할 수 있다. AI 사용이 허용된 과제와 허용되지 않은 과제를 함께 운영해 학생의 기초 역량과 도구 활용 역량을 따로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한국 학교가 먼저 정할 여섯 가지
세 사례를 한국 학교와 대학에 그대로 옮길 수는 없다. 개인정보 법제와 학사 규정, 교육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AI 도입 전에 확인할 순서는 참고할 만하다.
첫째, 교사·학생·행정직원이 사용할 계정과 권한을 구분해야 한다. 둘째, 입력할 수 없는 개인정보와 기밀자료를 예시로 알려야 한다. 셋째, 과목별로 허용되는 AI 도움의 범위와 표시 방법을 명시해야 한다.
넷째, 완성된 결과물뿐 아니라 초안과 근거, 수정 과정을 평가해야 한다. 다섯째, 학생이 혼자 수행할 수 있는 기초 역량과 AI를 활용해 해결하는 역량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여섯째, 오류 신고와 삭제 요청, 규칙의 정기 검토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학교가 특정 AI 제품을 도입했다는 사실은 교육 혁신의 출발점일 뿐 성과의 증거는 아니다. 개인정보를 지키는 계약, 이해하기 쉬운 사용규칙, 배움을 실제로 확인하는 평가가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AI는 교실의 도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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