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읽고 쓰는 데서 출발한 성인 문해교육이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모바일 금융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생활교육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8월 27일부터 이틀간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대한민국 문해교육 정책전시회’를 열고 변화한 교육 현장을 소개했다.

이번 행사는 성인 문해교육 지원사업 20년을 돌아보는 자리다. 현장에는 기초 한글뿐 아니라 인공지능·디지털, 경제·금융 분야를 체험하는 약 30개 전시 공간이 마련됐다. 문해교육이 교재 속 글자를 익히는 수업을 넘어 일상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다루는 훈련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를 ‘설명’보다 ‘체험’으로

지역 학습교실에서 고령 학습자가 교사와 함께 태블릿으로 생활형 디지털 기능을 연습하는 모습
FIG.지역 학습교실에서 고령 학습자가 교사와 함께 태블릿으로 생활형 디지털 기능을 연습하는 모습 · AI 생성 편집 이미지 · AI Public Journal

전시에서는 인공지능 로봇과 대화하거나 온라인 쇼핑 등 일상형 디지털 서비스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낯선 용어를 외우게 하기보다 화면에서 무엇을 누르고, 결과가 맞는지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지 익히는 방식이다.

성인 학습자에게 이런 경험은 단순한 기기 교육 이상의 의미가 있다. 병원 예약, 교통 정보 확인, 공공 민원, 가족과의 연락처럼 생활 서비스가 빠르게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읽고 판단하는 능력과 디지털 조작 능력을 떼어놓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만 체험 행사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디지털 역량이 갖춰졌다고 볼 수는 없다. 새로운 화면을 혼자 다시 사용할 수 있는지, 잘못된 정보나 유료 결제를 알아볼 수 있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까지 반복해서 확인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모바일 금융과 사기 예방도 문해교육

금융 분야에서는 보이스피싱 예방법과 모바일뱅킹 사용법을 다루는 체험이 포함됐다. 계좌번호와 금액을 정확히 읽는 능력, 낯선 링크를 구별하는 판단, 송금 전 상대를 재확인하는 습관은 모두 일상 안전과 직결된다.

특히 생성형 AI로 목소리나 문장을 자연스럽게 꾸미는 범죄가 늘면서 ‘아는 사람처럼 들린다’는 이유만으로 송금 요청을 믿기 어려워졌다. 가족을 사칭한 연락을 받았을 때는 기존에 저장한 번호로 다시 전화하고, 원격제어 앱 설치나 비밀번호 전달 요구는 거절해야 한다.

문해교육이 금융기관의 앱 사용법만 가르쳐서는 부족한 이유다. 어떤 정보는 입력하지 말아야 하는지, 공식 고객센터는 어디서 확인하는지, 피해가 의심될 때 누구에게 신고할지까지 한 묶음으로 익혀야 한다.

377만 명의 문제, 개인의 불편으로만 볼 수 없다

정부가 인용한 성인문해능력조사에 따르면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기·쓰기·셈하기가 충분하지 않은 성인은 약 377만 명으로 추정된다. 디지털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인구까지 고려하면 지원이 필요한 범위는 더 넓을 수 있다.

이는 개인의 학습 부족만으로 설명할 문제가 아니다. 공공기관과 병원, 은행, 유통 서비스가 복잡한 화면과 어려운 안내문을 제공하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교육 확대와 함께 큰 글씨, 쉬운 문장, 단계가 적은 화면, 사람에게 바로 연결되는 상담 창구도 갖춰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평생학습기관에는 학습자가 자주 마주치는 실제 상황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할 과제가 생긴다. 교통표 예매, 키오스크 주문, 공공앱 로그인, 사진 속 개인정보 가리기, AI 답변의 출처 확인처럼 지역과 세대에 맞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배우려면 지역 문해기관부터 확인

성인 학습자나 가족은 국가문해교육센터와 거주지 평생학습관, 주민센터 등을 통해 가까운 문해교육 기관과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다. 신청할 때는 한글 수업만 있는지 묻기보다 스마트폰, 금융 안전, 공공서비스 이용을 함께 배우는 과정이 있는지 확인하는 편이 좋다.

수업 뒤에는 실제 생활에서 한 단계씩 연습하는 것이 안전하다. 처음부터 큰 금액을 송금하거나 중요한 개인정보를 입력하기보다 가족이나 교사와 함께 모의 화면을 익히고, 의심스러운 연락을 받았을 때 멈추고 확인하는 규칙을 정해두는 방식이다.

AI와 디지털 서비스가 생활의 기본 도구가 될수록 문해교육의 목표도 달라진다. 글자를 읽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화면의 의미를 이해하고, 위험을 판단하며, 필요한 서비스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돕는 것이 새로운 문해교육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