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지난주 숫자를 보고서에 넣으려고 엑셀 파일을 몇 개씩 열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같은 내용을 또 옮겨 적으며 “이건 누가 대신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말하는 ‘AI 전환’은 바로 이런 일에서 시작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직원이 자기 업무의 불편한 점을 고르고, 사내 AI 전문가와 함께 해결 도구를 만드는 ‘AX 스쿼드’를 확대한다고 14일 밝혔다. AX는 AI를 써서 일하는 방식을 바꾼다는 뜻이다. 개발자가 아닌 직원도 자신에게 필요한 작은 앱을 만드는 데 참여한다.
회사에 따르면 제조 부서에서는 불량 제품을 분류하는 일을 쉽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개발 부서의 시뮬레이션 도구, 인사 부서의 직원 설문 시스템도 있다. 지금까지 찾은 업무 과제는 450여 건, 그중 자동화한 것은 190여 건이라는 게 회사의 집계다.
만든 앱은 사내 공유 공간인 ‘HI-D 에이전트 허브’에 올려 다른 직원도 쓸 수 있게 했다. 회사는 외부 AI 도구에 내부 자료를 넣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HI-D 코드’라는 자체 코딩 도구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 팀에서 만든 편리한 기능을 다른 팀에도 퍼뜨리려는 셈이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AI를 쓴다고 하면 회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문장 초안을 받는 장면이 먼저 떠올랐다. 이제는 매주 반복하는 일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직원 몇 명이 AI를 써봤나’보다 ‘번거로운 일이 실제로 줄었나’를 묻게 되는 것이다.
기업의 AI 사용도 넓어지는 흐름이다. OECD가 자료를 확보한 회원국에서 AI를 쓰는 기업의 비율은 2023년 8.7%에서 2025년 20.2%로 높아졌다. 다만 대기업과 작은 기업의 도입률에는 차이가 크다. 이 통계는 한국만의 수치도, LG디스플레이가 거둔 성과도 아니다.
앞으로 직장인의 하루는 어떻게 달라질까. 예를 들어 앱이 여러 파일의 숫자를 먼저 모아주면, 담당자는 빠진 항목이나 이상한 수치를 살피는 데 시간을 쓸 수 있다. AI가 고객 문의를 종류별로 나누고 답변 초안을 써도, 화가 난 고객에게 어떤 말을 건넬지는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 가능한 변화의 예시이지 LG디스플레이의 모든 부서에서 이미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그럼 내 일은 없어지는 걸까?” 걱정할 수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전 세계 노동자 네 명 중 한 명이 생성형 AI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직업에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것이 네 명 중 한 명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뜻은 아니다. ILO는 대부분의 일이 사라지기보다 하는 방식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편해지는 만큼 새로 챙길 일도 있다. 앱이 잘못 분류한 결과를 누가 고칠까. 고객 정보가 들어간 자료는 어디까지 AI에 맡겨도 될까. OECD는 기업이 소프트웨어로 일을 관리할 때 책임지는 사람이 불분명해지거나, 시스템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알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LG디스플레이에서 그런 문제가 생겼다는 뜻은 아니지만, 기업들이 미리 답해야 할 질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제조와 개발에서 시작한 방식을 구매, 고객지원, 재무, 영업 등으로 넓히고 있다. 다만 발표한 과제 수만으로 직원들이 정말 시간을 아꼈는지, 만든 앱을 계속 쓰는지는 알 수 없다. AI가 줄여준 일보다 확인해야 할 일이 더 늘지는 않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단순하다. “AI 덕분에 내 일이 실제로 나아졌나?” 복사해 붙여넣는 시간이 줄고, 실수를 더 빨리 발견하고, 사람이 꼭 해야 할 판단에 시간을 쓸 수 있다면 변화는 체감될 것이다. 그런 변화를 꾸준히 확인하는 일이 기업의 AI 전환을 숫자 밖의 현실로 만든다.






댓글 0
이름을 비우면 익명으로 등록됩니다. 삭제할 때 사용할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