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AI로 강의자료를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슬라이드를 만들어 달라”고 한 번에 요청하는 것이다. 빠르지만 결과를 다시 만들기 어렵고, 수식이나 그래프가 틀려도 오류가 어디에서 생겼는지 추적하기 힘들다. 자료 형식과 교사의 수업 방식도 프롬프트를 바꿀 때마다 흔들릴 수 있다.
‘Curriculum as Code’ 연구는 강의자료를 완성된 파일이 아니라 코드와 규칙으로 관리하자는 접근을 제안한다. 생성AI에 LaTeX·Beamer와 Python을 결합해 수식, 슬라이드, 그래프를 텍스트 기반 소스 코드로 만들고, 생성 과정과 수정 이력을 다시 실행할 수 있게 남기는 방식이다. 연구는 브라질 상파울루의 비영리 사립 고등교육기관에서 프로젝트 기반 학습 과정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 번의 프롬프트를 6단계 제작 공정으로 바꿨다

첫 단계에서는 강의계획서나 프로젝트 문서를 AI가 짧게 요약한다. 이후 단계에는 전체 원문 대신 이 요약본만 넘겨 긴 문맥에서 생기는 주의 분산을 줄인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기존 우수 자료를 예시로 제공해 교사의 설명 방식, 슬라이드당 정보량, 이론과 활동의 배치 원칙을 명시한다.
세 번째 단계는 기술 규칙을 고정하는 과정이다. 사용할 LaTeX 문법과 패키지, 글꼴, 색상, 로고 위치를 기관 템플릿으로 지정한다. 네 번째 단계에서는 코드를 만들기 전에 학습목표와 이론·활동의 순서를 개요로 설계한다. 교사는 이 지점에서 수업 흐름을 먼저 검토한다.
다섯 번째 단계가 실제 구현이다. 전체 슬라이드를 한 번에 생성하지 않고, 승인된 개요에 따라 섹션별로 LaTeX 코드와 Python 그래프를 반복 생성한다. 마지막에는 다른 AI 모델이 문법 오류와 교육적 이탈을 먼저 살피고, 최종적으로 교사가 코드를 실행하고 내용을 승인한다. 연구에서는 핵심 생성에 Gemini 계열, 자동 검토에 DeepSeek를 사용했다.
연구진은 준비 시간이 8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었다고 보고했다
연구자는 1년 동안 8개 모듈과 28개 프로젝트 맥락에 이 방식을 적용했다. 1학년 공통 과정에서 만든 자료는 두 명의 동료 교수가 검토했고, 최종 슬라이드와 과제는 서로 다른 교수진 6명이 실제 수업에 사용했다.
논문에 따르면 맞춤형 프로젝트 수업 자료 한 세트를 수작업으로 준비하는 데 과거 평균 8시간이 들었지만, 이 체계를 사용한 뒤 교사가 직접 투입한 시간은 평균 2시간으로 줄었다. 연구진이 추정한 감소율은 75%다. 남은 시간 가운데 약 30분은 수업 구조 검토, 90분은 생성 과정 감독과 최종 검수에 사용됐다.
연구진은 28개 프로젝트 자료의 사람 검토 과정에서 개념·수학적 환각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Python 그래프 코드는 첫 실행에서 작동했고, LaTeX에서는 괄호 불일치 같은 소수의 문법 오류가 자동 검토 단계에서 수정됐다. 600건이 넘는 자발적 학생 평가에서 자료의 품질과 이해 가능성 점수는 10점 만점에 평균 8.5~9.9였다.
중요한 것은 모델보다 제작 규칙이다
이 사례의 핵심은 특정 AI 모델의 성능보다 작업을 작은 단계로 나누고 검토 지점을 둔 구조에 있다. 교사는 슬라이드의 수동 편집자에서 학습목표, 금지 조건, 검수 기준을 설계하는 역할로 이동한다. 코드 기반 자료는 수정 이력과 생성 규칙이 남아 다른 교수와 다음 학기에 재사용하기도 쉽다.
다만 결과를 일반화하기에는 제한이 있다. 단일 기관의 프로젝트 기반 학습 과정에서 수행됐고, 준비 시간은 무작위 대조 실험이 아니라 이전 학년도의 기록과 비교했다. 학생 평가는 익명·자발적 설문이며 일부 모듈은 평가가 진행 중이었다. “환각이 없었다”는 결과도 연구팀과 동료 교수의 검토 범위 안에서 확인된 것이지 모든 생성물의 무오류를 보장하지 않는다. 논문은 현재 IEEE 심사 중인 프리프린트다.
교육기관이 이 방식을 도입한다면 먼저 공통 템플릿, 학습목표, 슬라이드당 정보량, 수식·출처 검증 기준을 문서화해야 한다. AI가 만든 파일을 그대로 배포하기보다 개요 승인, 자동 점검, 동료 검토, 최종 책임자의 승인을 분리하는 편이 안전하다. 강의자료를 코드처럼 만든다는 말은 교사를 코드 작성자로 만들자는 뜻보다, 제작 과정을 재현하고 오류를 되짚을 수 있게 하자는 제안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