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단절 뒤 다시 일을 찾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채용공고 목록만이 아니다. 지금 가진 경험을 어떤 직무와 연결할지, 부족한 기술을 어디에서 배울지, 지원 가능한 제도를 어떤 순서로 이용할지 함께 보여주는 안내가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공공 고용서비스에 들어갈 때도 출발점은 화려한 답변보다 이런 이용자의 막힘이어야 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고용24 이용자가 직접 문제를 찾고 AI 시제품을 만드는 ‘고용24 국민참여 AI 고용서비스 발굴 온라인 해커톤’을 연다. 참가 신청은 9월 21일부터 10월 13일 오후 6시까지 받는다.

아이디어가 아니라 작동하는 시제품을 본다

공모 주제는 ‘AI를 활용한 신규·개선 고용서비스 기획 및 실증 개발’이다. 참가자는 고용24를 이용·분석한 뒤 개선할 서비스를 정하고, 핵심 기능이 실제로 작동하는 최소기능제품을 구현해야 한다. 고용24 오픈API, 고용행정통계, 고용노동데이터와 공공데이터포털 자료 등을 선택해 활용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공개한 2026 고용24 국민참여 AI 고용서비스 발굴 온라인 해커톤 공식 포스터.
FIG.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공개한 2026 고용24 국민참여 AI 고용서비스 발굴 온라인 해커톤 공식 포스터. · 고용노동부·한국고용정보원

국내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국민이면 개인 또는 2~4명 팀으로 참가할 수 있다. 기업은 참여할 수 없고 팀당 아이디어 한 건을 제출한다. 1차 서면심사에서 20팀, 서비스 개발 뒤 2차 기능심사에서 결선 10팀을 가린다. 결선은 발표와 시연으로 진행하며 총 10팀에 1,000만원 규모의 상금을 지급한다. 우수 결과물은 고용24에 실제로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는 ‘좋은 생각’만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용자가 입력한 경력과 희망 조건을 어떻게 읽을지, 추천 결과를 이해하기 쉽게 보여줄지, 모바일 환경과 장애인 접근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까지 시제품에서 드러나야 한다. 다만 수상했다고 곧바로 공공서비스에 탑재되는 것은 아니다. 보안·개인정보·정확성·운영비용을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영국도 구직자의 문제에서 출발했다

해외에서도 공공 고용서비스를 해커톤 방식으로 개선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영국 노동연금부 디지털 조직의 ‘Hack2Work’는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구직자가 일자리를 찾고 접근하는 과정을 개선하는 시제품을 만들도록 했다. 개발자뿐 아니라 업무분석가, 사용자 연구자, 전달 관리자 등이 한 팀에 참여하도록 안내했고, 심사에서도 기술 구현과 함께 사용자 요구, 접근성, 협업을 평가했다.

영국 사례가 주는 교훈은 AI 모델의 성능만으로 고용서비스를 만들 수 없다는 점이다. 구직자가 어느 단계에서 포기하는지 관찰하는 사용자 연구, 정책과 데이터를 이해하는 실무자, 화면을 실제로 구현하는 개발자가 함께 있어야 한다. 이번 고용24 해커톤도 데이터 활용 능력만큼 구직자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팀이 설득력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유럽은 34개 사례에서 ‘실험 이후’를 물었다

유럽 공공고용서비스 네트워크는 11개 기관의 AI 활용 34건을 분석했다. 적용 분야는 구직자 프로파일링, 진로 안내, 일자리 연결 등이었다. 보고서는 개인화와 업무 효율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명확한 성과지표를 세우고 AI를 전체 업무 흐름에 연결해야 하며 법률·윤리·재정 문제를 초기부터 살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실험용 화면을 만드는 것과 안정적인 공공서비스로 운영하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뜻이다.

싱가포르는 이미 AI 구직 코치 ‘Career Kaki’와 8만건 이상의 채용정보를 제공하는 ‘MyCareersFuture’를 공공 고용서비스에 연결하고 있다. 개인화된 채용정보, 이력서 개선, 직무 탐색처럼 이용자가 반복해서 겪는 문제를 좁혀 실제 서비스로 운영하는 사례다. 한국의 해커톤 역시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려 하기보다 한 가지 불편을 명확히 줄이는 시제품이 현실적이다.

일자리 추천일수록 설명과 이의제기가 필요하다

고용서비스에는 학력, 경력, 연령, 장애 여부처럼 민감하거나 차별로 이어질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된다. 과거 채용 결과를 학습한 AI가 기존 편견을 반복하면 겉보기에는 효율적인 추천이 누군가의 기회를 조용히 줄일 수 있다. 참가자는 실제 개인정보와 비공개 자료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공개 데이터와 생성형 AI를 쓸 때도 이용 조건과 출처를 지켜야 한다.

서비스가 실제 고용24에 연결된다면 추천 이유와 사용 데이터의 범위, 잘못된 결과를 고칠 방법도 함께 보여줘야 한다. AI가 후보를 좁힐 수는 있어도 훈련 참여, 지원자 평가, 급여·복지 같은 중요한 결정에는 사람의 확인과 이의제기 절차가 남아야 한다.

이번 해커톤의 성패는 11월 27일 시상식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수상작이 실제 서비스 검토를 통과했는지, 구직 시간이나 상담 부담을 얼마나 줄였는지, 추천에서 소외되는 이용자는 없었는지를 나중에 공개해야 한다. 국민 참여는 아이디어 모집으로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시민이 제안한 기능이 검증과 개선을 거쳐 공공서비스가 되는 과정까지 이어질 때 의미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