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이 인공지능을 써보려 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기능보다 업무다. 챗봇에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나온 문장을 가게 홍보에 어떻게 붙일지, 고객 문의를 어디까지 자동으로 처리할지 판단해야 한다. ‘AI를 안다’와 ‘오늘 장사에 쓴다’ 사이에는 생각보다 긴 거리가 있다.
카카오가 이 간격을 줄이기 위한 소상공인·스타트업 대상 교육을 시작한다. 카카오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포함한 전국 11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카카오 클래스-AI 비즈니스 실전 과정’을 운영한다고 18일 밝혔다.
AI 설명보다 오늘 할 일을 가르친다
교육은 전국 사업자 누구나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온라인 VOD 방식이다. 입문 과정인 ‘AX 스타터팩’과 심화 과정인 ‘AX 부스터팩’으로 나눠 모두 10개 강의를 제공한다. 교육 기간은 10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이며 신청은 11월 27일까지 받는다.

강의 주제는 AI 기반 타깃 설정과 마케팅 메시지 도출, 카카오톡 채널 운영과 콘텐츠 제작, 광고 제작과 성과 분석, 카나나 AI를 활용한 상담·메시지 자동화, AI를 활용한 신사업 검증 등이다. 범용 AI의 기능을 나열하기보다 고객을 찾고 알리고 응대하는 사업 과정에 도구를 연결한 구성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같은 생성형 AI라도 업종과 고객이 정리되지 않으면 홍보 문구는 쉽게 평범해진다. 누구에게 무엇을 제안할지 먼저 정하고, 채널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고, 광고 결과를 읽는 순서가 필요하다. 교육 항목을 보면 카카오가 AI 사용법보다 이 일의 흐름을 익히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읽힌다.
온라인 수업 뒤에는 캠프와 멘토링
과정은 VOD 수강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10월 안에 조기 수료한 사업자 가운데 100개사를 선발해 11월 10일 서울 SVC에서 ‘AI 1일 실전 캠프’를 진행한다. 참가 기업에는 카카오 비즈월렛 30만원이 지급된다.
캠프 참가 기업 가운데 20개사는 비즈월렛 50만원과 일대일 심화 멘토링 기회를 받는다. 마지막으로 뽑힌 우수기업 5개사에는 12월 4일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광고 지원금 등을 포함해 총 1,300만원 상당의 혜택을 제공한다.
교육에서 실습, 개별 멘토링, 실제 광고 집행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소상공인 AI 교육이 자주 겪는 한계를 겨냥한다. 짧은 강의에서는 결과물을 만들더라도 교육이 끝나면 업무에 다시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자기 사업의 상품과 고객 데이터를 놓고 반복해 보는 과정이 있어야 도구 사용이 업무 습관으로 남는다.
카카오 클래스는 2016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시작됐다. 카카오에 따르면 2025년까지 약 7,000명의 지역 소상공인과 스타트업이 톡딜 운영, 쇼핑라이브 등 디지털 판매 교육에 참여했다. 올해 AI 실전 과정으로 개편한 것은 디지털 전환 교육의 중심이 온라인 판매 채널 입점에서 AI를 활용한 업무 재설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료 교육 뒤에 확인할 것
사업자에게 무료 교육은 AI를 작은 업무부터 시험해 볼 기회다. 홍보 문구 초안, 고객 질문 분류, 캠페인 결과 요약처럼 실패 비용이 낮고 반복이 많은 일부터 적용할 수 있다. 다만 AI가 만든 메시지는 사실관계와 가격, 행사 기간을 사람이 다시 확인해야 한다. 고객 정보나 매출 자료를 입력할 때는 개인정보와 영업정보 처리 기준도 먼저 살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가 제공하는 교육이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카카오톡 채널과 광고, 카나나 AI를 한 흐름으로 익힐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교육 성과가 특정 플랫폼의 이용 확대와 맞물릴 수 있다. 사업자는 교육에서 배운 타깃 설정과 성과 분석 방법을 다른 채널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지 구분해 익힐 필요가 있다.
카카오가 밝힌 누적 참여자 약 7,000명은 교육의 규모를 보여주지만, 참여 기업의 매출이나 업무시간이 얼마나 개선됐는지는 이번 발표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올해 과정 역시 교육 이수율, 실제 AI 도입률, 광고 성과 같은 결과가 뒤따라야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소상공인 AI 교육의 기준이 달라진다
이번 과정이 던지는 질문은 ‘AI를 배웠는가’가 아니라 ‘사업의 어느 일을 바꿨는가’다. 수강자는 시작 전에 줄이고 싶은 반복 업무 하나와 개선하고 싶은 지표 하나를 정해두는 편이 좋다. 문의 답변 시간, 콘텐츠 제작 시간, 광고 클릭률처럼 전후를 비교할 수 있어야 AI가 실제로 도움이 됐는지 알 수 있다.
소상공인에게 필요한 AI는 거대한 자동화 시스템보다 매일 반복하는 일을 조금 덜어주는 도구에 가깝다. 고객에게 보낼 한 문장을 더 정확히 만들고, 광고 결과를 한 번 더 읽어보고, 새 상품의 가능성을 작게 시험하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무료 강의의 가치는 많은 기능을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배운 다음 날 가게에서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는지가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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