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식당을 찾을 때 검색창 대신 AI에게 묻는 사람이 늘고 있다. AI가 제시하는 답은 짧다. 수천 개 업장 가운데 몇 곳만 이름을 올리고, 검색 결과의 ‘다음 페이지’처럼 나머지를 더 살펴볼 기회도 거의 없다. 이 구조에서 어떤 가게가 답변에 포함되는지는 단순한 추천을 넘어 소상공인의 매출과 가시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Invisible to the Machine’ 연구는 AI 맛집 추천의 사각지대를 시장 전체 목록과 대조했다. 연구진은 인도네시아 발리의 짱구와 우붓에서 운영 중인 음식점·카페·바 4,776곳을 집계했다. 이어 ChatGPT, Claude, Gemini, Perplexity에 디지털 노마드, 가족 여행객, 채식주의자, 저예산 여행객 등 여덟 유형의 이용자 상황을 반영한 96개 질문을 던졌다. 7일 동안 수집한 검색 기반 답변은 2,208건, 유효한 업장 언급은 1만2,439건이었다.
추천 목록에 들어가는 조건과 상위에 오르는 조건은 달랐다

분석 결과 전체 업장의 85.6%는 네 서비스 어디에서도 한 번도 추천되지 않았다. 리뷰가 50개 이상인 비교적 알려진 업장만 따로 봐도 72.6%가 추천 밖에 머물렀다. 추천 목록 진입과 더 강하게 연결된 요소는 별점보다 리뷰량, 자체 웹사이트 보유, 가격 정보 등록, 외부 웹사이트 언급이었다.
연구진은 이를 두 단계의 가시성 구조로 설명했다. 먼저 AI의 답변 후보에 들어가려면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해야 했다. 반면 일단 추천된 업장들 사이에서는 별점이 첫 번째 순위를 예측하는 요인으로 다시 나타났다. 평판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평판이 작동하기 전에 AI가 가게의 존재와 정보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추천 결과는 서비스마다 달랐다. 각 시스템의 상위 20개 업장 일치도를 나타내는 지표는 0.33~0.54 수준에 그쳤다. 같은 지역과 조건을 물어도 어떤 AI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이용자가 만나는 상권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답변을 다시 생성하거나 표현을 조금 바꿀 때도 목록이 흔들려, 한 번의 검색 결과만으로 가시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도 확인됐다.
환각보다 오래된 정보가 더 현실적인 문제였다
존재하지 않는 업장을 만들어낸 비율은 전체 언급의 0.08%로 낮았다. 그러나 영구 폐업한 업장을 추천한 사례는 93건이었다. 연구 범위에서는 완전한 허구보다 갱신되지 않은 영업 정보가 더 자주 발생한 실무적 실패였다.
소상공인이 여기서 곧바로 ‘AI 검색 최적화’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결론은 성급하다. 이번 연구는 관찰 연구이므로 웹사이트를 만들면 추천이 늘어난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않았다. 연구비를 지원하고 수행한 Norly가 관련 상업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도 논문에 공개돼 있다. 다만 연구 가설과 분석 계획을 사전 등록하고, 상업적으로 유리하지 않은 결과까지 함께 보고했다.
현실적인 대응은 기본 정보의 정합성을 높이는 일이다. 자체 웹사이트와 지도 서비스, 리뷰 플랫폼에 상호·주소·영업시간·가격·메뉴·예약 방법을 같은 내용으로 유지하고, 폐업이나 이전 정보가 빠르게 반영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여러 질문과 여러 AI에서 결과를 반복 확인해야 하며, 한 번 노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비용을 쓰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이번 수치는 발리 두 지역, 영어 질문, 특정 시점의 네 가지 상용 시스템에 한정된다. 한국의 지역 상권이나 다른 언어권에 85.6%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검색 결과의 순위를 넘어 ‘AI의 짧은 답변에 아예 들어가지 못하는 문제’를 시장 전체 분모로 측정했다는 점은 중요하다. AI 추천 시대의 첫 경쟁은 별점 1위가 아니라,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최신 정보로 존재를 확인시키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