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람은 말이 끝나기 전에도 다음 반응을 짐작할 때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농담으로 넘기는지, 권위자에게 지적받으면 설명보다 회피를 택하는지, 불필요한 구매를 합리화하는지를 오랜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AI도 일상 대화를 충분히 오래 들으면 이런 개인별 패턴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MIT 연구진은 8월 13일 공개한 논문에서 스마트워치로 수집한 1,000시간 이상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거대언어모델로 분석했다. 논문은 11월 열리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학회 UIST 2026 게재가 예정돼 있다.

예측한 것은 ‘다음 문장’이 아니었다

일상 대화의 음성 패턴을 분석하는 스마트워치의 개념 이미지
FIG.일상 대화의 음성 패턴을 분석하는 스마트워치의 개념 이미지 · AI 생성 편집 이미지 · AI Public Journal

연구 제목은 ‘말하기 전에’이지만 AI가 맞힌 대상은 사용자가 다음에 할 정확한 문장이나 단어가 아니다. 연구진은 말의 표면적 표현과 상관없이 대화에서 수행하는 기능을 ‘언어 행동’으로 정의했다. 직접 질문을 받았을 때 괴로움을 축소하는지, 우려를 드러내는 대신 화제를 실무 문제로 돌리는지 같은 의사소통 의도를 예측했다.

참가자는 영어를 유창하게 쓰는 성인 14명이었다. 각자 일상생활에서 7~10일 동안 항상 켜진 스마트워치를 착용했다. 시계는 음성이 감지될 때 2~3분 분량의 오디오를 서버로 보냈고, 시스템은 대화를 받아쓰고 화자를 구분한 뒤 이름과 기관 같은 개인정보를 익명화했다.

연구진은 주변 대화 상대에게 녹음 사실을 알리고 매번 동의를 받도록 참가자에게 안내했다. 원본 음성은 처리 직후 삭제했고, 대화록은 기기에 암호화해 저장했다. 참가자는 수집이 끝난 뒤 대화록을 검토해 공유하고 싶지 않은 부분을 지우고 화자 오류를 고쳤다.

최종 자료에는 1만5,066개의 발화가 남았고 정제 뒤 9,901개를 예측에 사용했다. 논문은 참가자당 평균 발화를 1,256개로 적었지만 전체 발화 수를 참가자 14명으로 나눈 값과 일치하지 않아 기사에서는 평균치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 상황이면 이렇게 반응한다’는 규칙을 만들었다

연구진이 제안한 ‘상황 추론’ 방식은 대화 기록 전체를 AI에 한꺼번에 넣지 않는다. 먼저 반복되는 행동을 ‘어떤 상황이면 어떤 반응을 하지만, 특정 예외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규칙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 권위자에게 도전받으면 말을 돌리는 경향이 있지만 동료에게 같은 질문을 받을 때는 그렇지 않다는 식이다.

현재 대화가 시작되면 AI는 관련 규칙만 찾아 사용자의 다음 언어 행동을 예측한다. 연구에는 Gemini 2.5 Pro가 사용됐다. 현재 대화만 본 방식, 과거 대화를 통째로 넣은 방식, 과거 행동을 일반 문장으로 요약한 방식과 성능을 비교했다.

GPT-5를 심사 모델로 사용한 평가에서 상황 추론 방식의 평균 점수는 0.597이었다. 현재 대화만 본 방식은 0.463, 과거 기록을 통째로 넣은 방식은 0.502였다. 연구진의 방식이 각각 28.9%, 18.9% 높았다. 다른 참가자의 행동 규칙으로 바꾸면 점수가 0.460으로 내려갔다.

사람 40명이 200개 예측 상황을 비교한 평가에서도 상황 추론 방식은 43%의 비교에서 1위를 차지했다. 과거 기록 전체를 넣은 방식은 24%, 현재 대화만 본 방식은 18%, 일반 요약 방식은 15%였다. 점수 0.597을 일상 대화의 59.7%를 정확히 맞혔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참가자들이 직접 바꾸고 싶다고 표시한 행동 패턴 114개만 따로 본 평가에서는 상황 추론 점수가 0.858로 올라갔다.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본인도 알아본 습관일수록 예측하기 쉬웠다는 해석이지만, 실제 생활에서 알림이 행동을 바꿨다는 효과 측정은 아니다.

맞춤 조언이 되려면 ‘끄는 권리’가 먼저다

연구진은 향후 사용자가 같은 상황에 들어설 때 시계가 조용히 알림을 보내면 충동구매나 반복되는 말다툼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후속 인터뷰에 참여한 7명은 공개적인 지적보다 사적인 알림을 선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기술은 친절한 코치가 아니라 지속적인 감시 장치가 될 수 있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동료의 말까지 수집되며 관계·감정·직장 내 위계 같은 민감한 정보가 행동 규칙으로 변환된다. 연구에서는 동의, 원본 삭제, 암호화, 참가자 검토 절차를 뒀지만 일상 제품에서 대화를 나눌 때마다 주변인의 동의를 받는 일은 쉽지 않다.

연구 자체의 범위도 작다. 참가자는 14명뿐이고 관찰 기간은 최대 10일이었다. 마이크 잡음과 화자 구분 오류가 있었으며, 한 대화의 다음 차례를 넘어서 장기 행동이나 다른 환경에서도 같은 예측이 유지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답 설명을 실제 발화에서 AI로 만들고 GPT-5로 채점한 평가 구조도 독립적 실험에서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AI가 내 다음 반응을 먼저 알게 되는 순간, 편리함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누가 그 예측을 보고 바꿀 수 있는가다.

상용 제품으로 이어진다면 녹음 상태를 주변인이 알 수 있어야 하고, 원본 음성의 저장 여부와 삭제 시점을 사용자가 직접 정해야 한다. 개인별 행동 규칙을 열람·수정·삭제하고, 회사나 보험사 같은 제3자가 이를 평가 자료로 쓰지 못하게 하는 통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