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생성형 AI를 켠 사람 가운데 가장 자주 질문한 쪽은 경영진이 아니었다. OpenAI와 컬럼비아경영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연구진이 8월 12일 공개한 작업논문에 따르면 초기 경력 직원과 연수생은 같은 회사의 평균 활성 사용자보다 매주 약 8~9개의 메시지를 더 보냈다.
분석 대상은 도입 6개월 시점에 직함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던 1,764개 조직의 ChatGPT Enterprise 메시지 1,744만여 건이다. 연구진은 직함을 직무와 직급으로 분류하고, 회사별 평균 사용량 차이를 제거한 뒤 같은 조직 안의 활성 사용자를 비교했다.
신입이 가장 많이 ‘쓴다’는 말의 정확한 뜻

초기 경력 직원과 연수생은 평균적인 회사에서 주간 활성 사용자의 약 7%를 차지했다. 관리자와 이사는 약 24%로 더 큰 비중이었다. 그러나 일단 ChatGPT Enterprise를 사용한 사람만 놓고 보면 초기 경력 집단의 주당 메시지 수가 높았고, 관리자·이사·임원은 평균보다 적었다.
이는 ‘신입 직원 대부분이 AI를 쓴다’는 뜻이 아니다. 연구진은 각 직급의 전체 직원 수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직급별 채택률을 계산할 수 없었다. 사용하지 않은 직원까지 포함한 비교가 아니라 활성 사용자 사이의 이용 강도를 본 결과다.
“AI에 질문을 많이 했다는 사실은 생산성이 높아졌거나 일자리가 줄었다는 증거가 아니다.”
메시지 수 역시 업무 성과와 같지 않다. 질문을 여러 번 고쳐야 했거나 답변 검증에 시간이 더 들었을 수도 있고, 반대로 반복 업무를 빠르게 끝냈을 수도 있다. 이 연구는 완성된 결과물의 품질, 노동시간, 임금, 승진, 해고를 측정하지 않았다.
글쓰기에서 법률·세무까지 넓어진 업무 범위
연구진은 별도의 973개 조직, 약 870만 개 메시지를 자동 분류해 어떤 업무에 AI가 쓰였는지도 살폈다. 활성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문서 작성이나 기술 문서 작업을 했고, 기술·디지털 업무를 수행한 사람도 절반에 가까웠다. 메시지 초안, 자료 요약, 조사, 기획, 데이터 분석, 법률·규제, 금융·세무 업무까지 사용 범위가 이어졌다.
직급에 따라 강조점은 달랐다. 초기 경력 직원과 일반 실무자는 문서와 디지털 작업 같은 생산형 업무에서 AI를 자주 사용했다. 임원은 주제 개요, 사실과 수치, 법률·규제, 금융·세무처럼 판단을 준비하는 업무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AI가 한 가지 업무만 대체하기보다 조직의 여러 층에서 서로 다른 보조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 단위 사용량도 빠르게 늘었다. 전체 ChatGPT Enterprise 출력 토큰은 2025년 6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약 7배가 됐고, 2025년 6월 이전에 이미 도입한 동일 기업 집단에서도 약 4배로 증가했다. 새 고객이 늘어난 효과만이 아니라 기존 도입 기업 내부에서도 사용이 깊어진 것이다.
기업은 사용 횟수보다 검증 역량을 봐야 한다
초기 경력 직원의 높은 이용 강도는 교육과 평가 기준을 다시 묻게 한다. 신입에게 AI 사용을 허용하면서 결과의 출처 확인법과 오류 보고 절차를 가르치지 않으면, 빠른 초안 생산이 검증되지 않은 문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AI 사용 횟수를 곧바로 성과지표로 삼으면 질문을 많이 보낸 사람이 일을 잘한 사람처럼 보이는 왜곡이 생긴다.
직원 입장에서는 AI가 만든 문장을 그대로 제출하기보다 사용한 자료와 수정 내역을 남기고, 숫자·법률·세무 판단은 원문과 담당자를 통해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회사는 직급별 사용량만 집계할 것이 아니라 어떤 업무에서 오류가 반복됐는지, 사람이 최종 검토할 시간과 권한이 있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데이터의 범위도 제한적이다. 분석은 유료 ChatGPT Enterprise 작업공간만 포함하며 다른 회사의 AI, 사내 자체 도구, 개인 계정 사용은 빠져 있다. 직함 정보가 없는 사용자도 있었고, 미국 상장기업 비교는 평균적인 중소기업을 대표하지 않는다. 논문 저자 다수가 OpenAI 소속이거나 유급 계약자로 참여했다는 점도 함께 읽어야 한다.
연구진은 비식별 자료를 집계했고 메시지 내용은 자동 시스템으로 분류했으며, 개별 고객 메시지를 연구자가 직접 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결과가 보여주는 변화는 분명하다. 기업 AI는 최고경영자의 전략 발표보다 먼저, 신입과 실무자가 문서를 만들고 정보를 정리하는 일상 속에서 더 촘촘하게 자리 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