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 쓸 만한 AI 소프트웨어를 만들었어도 조달시장에 공급자가 충분히 모이지 않으면 등록 단계부터 막힐 수 있다. 조달청이 이 문턱을 낮췄다. AI 등 정책적으로 구매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는 상용 소프트웨어는 2천만 원 이하의 소액 범위에서 ‘1인 등록’을 허용한다. 조달청은 관련 다수공급자계약(MAS) 업무처리규정과 특수조건을 개정해 10월 20일부터 시행했다고 21일 밝혔다.
여기서 ‘1인’은 직원이 한 명인 기업을 가리키지 않는다. 같은 종류의 제품을 공급할 계약상대자가 한 곳이어도 등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존 MAS는 공공기관이 여러 공급자의 유사 제품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계약 방식이었다. 이번 예외는 초기 시장에서 비교할 공급자가 적은 AI 소프트웨어가 공공 구매 목록에 진입할 가능성을 높인다.
상용 소프트웨어는 개발 용역을 새로 발주해 만드는 제품과도 구분된다. 기업이 이미 개발해 판매하는 소프트웨어를 공공기관이 도입하는 시장이다. 따라서 작은 기업이 자체 제품을 갖고 있더라도 조달 계약 방식에 맞게 제품과 가격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조치는 그 시장으로 들어가는 공급자 수 요건을 일부 완화한 것이다.
달라진 문턱은 어디까지인가
적용 범위에는 두 가지 조건이 붙는다. 대상은 AI를 포함해 정책적으로 구매 활성화가 필요한 상용 소프트웨어이고, 금액은 2천만 원 이하 소액 범위다. 모든 AI 제품이 자동으로 등록되거나 공공기관과 계약을 맺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공급을 준비하는 기업은 자신의 제품이 해당 대상인지, 어떤 계약 요건과 심사를 거쳐야 하는지 개별 공고와 개정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소규모 개발사에 중요한 변화는 제품을 시장에 처음 보여줄 기회가 넓어진다는 점이다. 기능은 갖췄지만 동일 품목의 다른 계약상대자가 없어 MAS 등록이 어려웠던 경우라면 새 규정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조달청 발표에는 ‘1인 등록’으로 몇 개 기업이 추가 진입할지, 실제 구매가 얼마나 늘어날지에 대한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제도의 효과는 등록 건수와 구매 실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2천만 원 이하’는 해당 예외가 허용되는 소액 범위다. 이를 제품 가격과 개별 구매 방식에 어떻게 적용할지는 계약 공고와 세부 규정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발표만으로 기업 규모, 제품 분야, 판매액 중 어느 하나를 기준으로 모든 AI 소프트웨어가 같은 절차를 밟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신청 전에 상품 분류와 공고 조건을 읽는 과정이 중요하다.
납품실적과 교육 시점도 조정
사회적기업·마을기업·자활기업 등 사회연대경제조직에는 납품실적 요건을 없앴다. 첫 납품 기회를 얻기 전에 과거 납품실적을 요구받는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다. 이 완화는 조달청이 열거한 조직에 적용되는 사항으로, 모든 신규 기업의 실적 요건이 일괄 폐지된 것은 아니다.
필수 교육은 받는 시점이 바뀐다. 종전에는 적격성평가 전에 교육을 이수해야 했지만, 이제는 계약체결 전까지 이수하면 된다. 기업은 교육을 마치기 전에도 평가 절차를 먼저 준비할 수 있다. 교육 자체가 면제된 것은 아니므로 계약 단계에 앞서 이수 일정을 챙겨야 한다.
제품을 고친 뒤 다시 공급하는 시간도 단축
상용 소프트웨어는 출시 뒤에도 기능과 보안을 계속 고친다. 이번 개정은 이런 제품 특성을 계약 관리에 반영했다. 품목 추가 제한 기간은 90일에서 50일로 줄고, 큰 폭의 기능 개선인 메이저 업그레이드에는 해당 제한 기간이 없어졌다. 가격이 변하지 않는 마이너 업그레이드는 즉시 수정계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기관에 AI 도구를 공급하는 기업에는 새 버전을 제때 제공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동시에 실제 변경이 메이저 업그레이드인지, 가격 변동이 없는 마이너 업그레이드인지는 계약 내용에 맞춰 판단해야 한다. ‘즉시 수정계약’은 이미 맺은 계약의 내용을 고치는 절차이며, 새 구매가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다.
예컨대 기능을 크게 바꾼 버전을 내놓은 기업은 품목 추가 제한 기간이 사라진 범위에 해당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오류 수정처럼 가격을 바꾸지 않는 작은 개선이라면 수정계약 가능 시점을 확인하면 된다. 제품 출시 주기가 짧은 AI 기업에는 새 기능을 소개하는 시점과 공공기관에 공급할 수 있는 시점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변화가 될 수 있다.
계약 이후의 부담과 거래 관행도 손봤다. 중간점검을 신청하지 않은 업체에 곧바로 거래정지를 적용하는 대신 한 달간 판매를 중지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수요기관이 계약상대자에게 부당한 조건을 제시하거나 계약에 없는 요구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조달청의 시정 요구를 이행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번 개정이 작은 AI 기업에 주는 실질적 변화는 ‘첫 등록’과 ‘제품 갱신’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공공시장에서 성과로 이어지려면 등록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제품의 성능·보안·가격을 설명하고, 실제 수요기관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2천만 원 이하 대상 제품인지, 필요한 교육과 심사 일정은 무엇인지, 버전 변경 때 어떤 수정계약이 필요한지를 차례로 점검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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