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관한 질문을 챗봇에 먼저 묻는 사람이 늘고 있다. 복리 계산부터 대출 상환 순서, 연금과 투자상품의 차이까지 몇 초 안에 설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빠르고 저렴한 답변이 곧 믿을 만한 개인 맞춤 조언을 뜻하지는 않는다.
갤럽이 금융회사 에드워드 존스와 함께 진행해 8월 5일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금융 조언을 구한 미국 성인의 18%가 ChatGPT와 Claude 같은 AI 도구를 사용했다. 같은 집단에서 가장 많이 이용한 경로는 인터넷 자체 조사로 73%였고, 가족 35%, 전문 재무상담사 32%, 뉴스·미디어·소셜미디어 26%가 뒤를 이었다.
이용은 늘었지만 신뢰는 따라오지 않았다

AI 이용은 젊은층에서 높았다. 금융 조언을 구한 미국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약 4명 중 1명이 AI를 이용했지만, 베이비붐 세대는 7%였다. 반대로 전문 재무상담사 이용률은 Z세대 14%에서 베이비붐 세대 55%로 올라갔다. 비용과 접근성의 차이가 조언을 구하는 경로에도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신뢰도는 이용률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미국 전체 성인 가운데 AI의 돈 관리 전문성을 ‘어느 정도’ 이상 신뢰한 비율은 30%를 넘지 않았고, ‘매우 많이’ 신뢰한다는 응답은 3%였다. 전문 재무상담사를 어느 정도라도 신뢰한다는 응답은 79%였다. AI를 가장 많이 쓰는 밀레니얼 세대에서도 신뢰 비율은 36%로 절반에 못 미쳤다.
재정적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일수록 AI를 조금 더 많이 이용했다. 미국의 금융 조언 이용자 중 재정 스트레스 집단의 AI 사용률은 21%, 재정적으로 충족됐다고 분류된 집단은 15%였다. 전문 상담사 이용률은 각각 14%와 60%로 반대 방향이었다. 다만 이 결과만으로 전문가 상담이 재정적 안정의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번 미국 조사는 21세 이상 5,075명을 대상으로 3월 20일부터 4월 6일까지 진행됐다. 전체 표본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1.8%포인트다. 한국 이용자의 행동을 직접 보여주는 조사는 아니며, 금융회사와 공동 진행한 연구라는 점도 해석할 때 함께 봐야 한다.
AI에는 ‘결정’보다 ‘설명’을 맡겨야
AI가 유용한 영역은 분명히 있다. 어려운 용어를 쉬운 말로 풀고,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차이를 비교하거나, 상담 전에 물어볼 질문 목록을 만드는 일이다. 같은 가정 아래 여러 예산 시나리오를 표로 정리하고 계산 과정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답변이 개인의 전체 상황을 안다는 전제에서 시작될 때다. 챗봇은 사용자의 소득 안정성, 부채 조건, 세금, 가족 책임, 위험 감수 수준을 빠뜨릴 수 있다. 최신 금리와 법규를 잘못 가져오거나 존재하지 않는 출처를 제시할 수도 있다. 질문 표현이 달라지면 조언의 방향도 바뀐다.
미국 증권 당국과 FINRA 등은 AI가 부정확하거나 오래된 정보를 바탕으로 답할 수 있다며, 투자 판단을 AI 생성 정보에만 의존하지 말라고 안내한다. 특히 원금 보장이나 확정 수익을 내세우거나, 당장 송금하라고 재촉하는 답변은 검증 대상이다.
실제 사용에서는 세 단계를 나누는 편이 안전하다. 먼저 AI에 개념과 가능한 선택지를 설명하게 한다. 다음으로 계산의 가정, 기준 날짜, 출처 URL을 요구하고 금융기관·정부·공시 원문과 대조한다. 마지막으로 대출 계약, 투자 매매, 세금 신고, 보험 해지처럼 손실이 생길 수 있는 결정은 자격과 책임 범위가 확인된 전문가에게 다시 묻는다.
질문도 ‘무엇을 사야 하나’보다 ‘이 선택의 위험, 수수료, 중도 해지 조건, 반대 시나리오를 설명해 달라’고 묻는 편이 낫다. 답변에 기준 날짜가 없거나 출처가 실제 페이지로 연결되지 않으면 결론을 보류해야 한다. 여러 챗봇이 같은 오류를 반복할 수 있으므로 AI 답변끼리 비교하는 것만으로는 교차검증이 되지 않는다.
계좌번호, 주민등록번호, 인증번호, 정확한 보유자산 내역도 일반 챗봇에 그대로 넣지 말아야 한다. 필요한 경우 범위나 가상 수치로 바꿔 질문하는 것이 좋다. AI는 질문을 시작하는 문턱을 낮출 수 있지만, 잘못된 판단의 책임까지 대신 지지는 않는다.
“AI는 금융 결정을 대신하는 사람이 아니라, 더 나은 질문을 준비하는 도구로 쓰는 편이 안전하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핵심은 사람들이 AI를 믿어서만 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료에 가깝고 언제든 질문할 수 있으며, 부끄러운 돈 문제도 사람의 시선 없이 물을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한다. 앞으로 필요한 기준은 AI 사용을 막는 것이 아니라 설명·계산·의사결정의 경계를 독자가 분명히 알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